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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허수아비의 표정

 

 

 

막대기 십자로 얽은 척추

짚북데기 추려 묶은 몸통

금댕질로 그려진 이목구비

철지난 허드레 옷을 입은 파수꾼

 

 

황금 들판의 풍요가

썰물처럼 밀려갈 때

자신의 허무한 종말을

아는 듯 모르는 듯

 

 

허수아비의 표정은 천태만상

인간을 염원하는 한이 서리더니

부질없음을 초월한 싯타르타의 사유가 스치고

이내 남사당의 웃음과 해학으로 승화한다.

 

 

가식과 허위를 위장하는 미소가 흐른 곳에

부릅뜬 눈 격렬한 몸짓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신앙인의

경건함이 땀방울처럼 고인다.

 

 

존재하는 이유를 알기에 당당하다.

할 일이 있기에 긴장한다.

그저 그렇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소탈한 행복에 몸부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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