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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어떤 비원

 

자네는 가서 살고픈 땅을 꿈꾼 적 있는가? 나는 있지.

내 육신과 영혼이 안식하는 비원이 있네.

거기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1. 세상으로 향하는 휴대폰 문을 닫아도 텐트 지프만 열면 늘 세상은 열리고

2. 시계를 상전처럼 모시지 않아도 물총새는 알람처럼 내 하루를 열고

3.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밥 굶지 않고 왜가리처럼 우아하게 춤추고

4. 세상의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앞뜰엔 강, 뒷뜰엔 암벽 병풍 세폭이 둘러싼 정원이 있고

5. 세상의 권력자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별들은 내게 다가와 속삭이고 달은 내 방 조명이 되어 내 머리칼을 적시고

6.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산과 강이 풍성한 식탁 차려 먹거리들이 가득하고

7. 오늘 입을 넥타이와 양복을 고민하지 않아도 화사한 돌단풍처럼 차려 입고

8 솔가지 같은 머리칼을 빗질하지 않아도 강에 비치는 내 모습은 멋이 졸졸 흐른다네

 

 

 

그런데 입주 조건 하나있네.

산이 속삭이는 소리를 알아 들어야 하며

강이 흐르는 이유를 알아야 하며

바위의 소원을 그윽한 가슴으로 공감해야 하며

그 땅에 사는 것들과 속삭이며 더불어 사는 것이네.

나는 지금도 내 비원 같은 땅 공생의 땅에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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