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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우수(雨水)의 독백

 

雨水

 

 

지난 겨울은 꽁꽁 얼어 붙었었지.

이웃집 할머니의 꾸부정한 방문은 늘 닫혀 있고

나목들은 빈 가지에 움막을 치고 눈망울 퉁퉁 불어있고

그 생기 넘치던 새들이 은거하는 대숲이 적막하고

쉬지 않고 흐르던 개울물은 망부석처럼 굳어 버렸었지.

 

 

 

 

 

 

칼을 물고 다니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들을 겨냥하여 채근하였지.

 

따뜻한 곳으로 귀가하라고

네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라고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고

꿈꾸며 기다릴 때라고

 

 

 

 

입춘을 지나서 우수란다.

첫 번 째 절기인 입춘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의 문이다.

절기를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둔한 감성이라니.....

 

 

지난 입춘이었지.

인동의 시간들 너머로 서광이 비치던 때가

볕이 기지개를 켜고 꿈틀거렸지.

양기가 대지를 포옹하고 입맞추며 속삭였지.

 

 

 

 

 

이제 우수란다.

움직일 때가 된 것이지.

동결(凍結)은 참을 수 없는 자유의 유린이었어.

움직이고 싶은 욕망을 가둔 감옥이었어.

이제 문이 열린다. 마음의 창을 열어 봐.

 

 

 

 

저 따스한 볕을 향해 고개를 들어 가슴을 데워 보라구..

이제 밖을 바라봐.

움직일 때가 되었어.

저 소리를 들어봐.

얼음이 쨍하며 깨지는 소리는 감옥의 창문을 부수는 소리

이제 靜에서 動으로 향하는 출발의 총성

 

 

 

 

녹은 물이 흐르기 시작해.

맺혔던 것들, 꽉 뭉쳤던 것들이 이제 풀리고 열리는 거야.

헐벗고 굶주린 나목에 귀를 대어 봐.

물관을 솟구쳐 오르는 생명수의 소릴 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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