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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이세돌과 사이보그

 

이세돌이 졌다.

 

한 판만 져도 자신이 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던 자신만만하던 확신은

며칠 사이에 오만과 무지로 바뀌며 고개를 떨구었다.

 

제 아무리 인공 지능의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고도의 두뇌 스포츠인 바둑에서만은 인간 천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예측은

며칠 사이에 우리를 경악에 빠트렸다.

이세돌이 아닌 다른 누가 대결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길 수 없음은 이제 자명해졌다.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 바둑 경기는 엄밀히 말하면 사람과 인공 지능과의 대결이었다.

인공지능의 대리인으로 한 남성이 대국을 했지만

만약 사람과 똑같이 생긴 기계체가 대국을 했더라면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카이스트에서 뒤늦게나마 개발에 뛰어들어 만들어낸 휴머노이드가 있다.

걷고 달리면서 청소를 하고 단순한 일을 돕는 기계 인간에 불과하지만

2030년 경에는 실제 사람과 외양이 같은 안드로이를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니 놀랍지 않은가?

 

 

 

 

 

사이보그란 용어는 Cybernetics(사이버네틱스, 인공두뇌학)Organism(생명체)의 합성어이다.

그런데 인간이 차츰 사이보그화 되고 있다. 이미 상당이 진척이 된 상태이다.

심박조절기와 보청기, 의수와 의족 등을 장착한 경우도 사이보그로 본다고 한다.

 

 

 

 

 

인공 지능을 갖춘 전자 제품들이 이미 일상화 되고 있으며

성형 수술과 유전자 치료가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고 시험관 아기가 탄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도 사이보그 현상의 한 일부인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가상 현실이 현실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 내 글을 올리고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Blade Runner는 공상 과학 영화가 생각이 난다.

핵전쟁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져서 인간은 외계를 식민지화 한다.

그곳에서 인간을 섬길 안드로이드를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안드로이드라는 기계체가 발달해 인간과의 구분이 모호해질 때,

무엇으로 인간을 말할 수 있을까를 다룬 영화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간의 유전자가 파괴되고, 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도,

인간을 복제인간 즉 인간이 되고픈 안드로이드로부터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은 헌신적이다.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앤드로이드는 지능이나 신체구조에서 사람과 동일하다.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안드로이드와

이런 주제 넘는 기계체를 퇴출시키려는 인간과의 대립이 치열하다.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감정을 테스트한 것이다.

사람의 감정인 연민의 정을 즉각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라는 것이었다.

이 소설의 휴머니즘은 사람 인체의 모든 부분의 복제 생산이 가능해도

인간과 같이 슬픔과 정을 나눌 감성을 소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없다는 것이었다.

 

 

 

 

 

 

21세기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Blade Runner의 문제의식과는 전혀 다르다.

인간이 되고픈 안드로이드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현실을

별다른 느낌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 시대의 문제라 하겠다.

 

 

인간의 몸만이 아니라 의식과 정신까지도 사이보그화 되고 있는데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설령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거나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현실에 따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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