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은 늘 엑스트라다.
한 그루 우뚝 서서 낙락장송이 되는
주인공 노릇이라곤 평생 한 번 하지 못한다.
번듯한 이목구비를 갖춘 것도
현란한 색깔을 타고나지도 못해
산 어귀로 밀려나 덤불을 이루며
저희끼리 의지하며 살아간다.
대갓집 마당엔 화려한 목단이
부귀영화를 구가할 때
초부의 지겟 쉼터에서 밥알이 되어 위로하다
눈물 그렁그렁해지는 가난한 엄마 같은 꽃
제 한 몸 돌보기보다는
자잘한 줄기와 가지 뻗어 함께 사는 이웃이 되고
한 송이 화려한 꽃을 피워 시선을 독점하기보다는
자잘모름하여도 함께 피어 뭇 시선을 공유하려 한다.
조팝나무 여윈 가지 하나
이제는 내 어깨에 제 팔을 척 걸친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의 한가로운 날에 (0) | 2016.04.20 |
---|---|
관솔 한 점 (0) | 2016.04.15 |
박주가리 빈 깍지 (0) | 2016.04.09 |
봄갈이 농부의 노래 (0) | 2016.03.29 |
어떤 노크 소리 (0) | 2016.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