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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조팝나무 피는 마을

 

 

 

조팝은 늘 엑스트라다.

한 그루 우뚝 서서 낙락장송이 되는

주인공 노릇이라곤 평생 한 번 하지 못한다.

번듯한 이목구비를 갖춘 것도

현란한 색깔을 타고나지도 못해

산 어귀로 밀려나 덤불을 이루며

저희끼리 의지하며 살아간다.

 

 

 

대갓집 마당엔 화려한 목단이

부귀영화를 구가할 때

초부의 지겟 쉼터에서 밥알이 되어 위로하다

눈물 그렁그렁해지는 가난한 엄마 같은 꽃

 

 

 

제 한 몸 돌보기보다는

자잘한 줄기와 가지 뻗어 함께 사는 이웃이 되고

한 송이 화려한 꽃을 피워 시선을 독점하기보다는

자잘모름하여도 함께 피어 뭇 시선을 공유하려 한다.

 

 

 

조팝나무 여윈 가지 하나

이제는 내 어깨에 제 팔을 척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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