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담임을 맡으셨던 임기술 선생님을
면사무소 체력단련실에서 뵙는다.
검은 반점들이 군데군데 피어난 데다 얼굴빛마저 많이 좋지 않은데도
간단한 운동을 하시기 위해 들른 것이다.
요 며칠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막막해지고 호흡까지 곤란하여
목사님게 전화를 걸어 기도를 청하셨다고 한다.
오래 전에 인공심장 보조장치를 부착하여 한 해 한 해를 살얼음 건너듯
사신 분이시다.
선생님은 담담하고 차분하게 당신의 심정을 제자인 나에게 들려주신다.
내게는 유언으로 들린다.
이제 인생의 종착지에 가까워지면서
당신의 지나온 삶의 여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며
참으로 덧없는 인생이라시며 이룬 것 없이 속절없이 세월만 흘렀다 하시며
살아오면서 주위 분들에게 잘못한 점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하신다.
마을과 문중, 고장을 위해 리더가 되어 봉사하면서 본의 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했던
분들이 마음에 걸리셨던가 보다.
사람이 꼭 출세를 해야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바르고 현명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공자님의 말씀을 들려주신다.
은사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계시다가 일찍 퇴직하시고 농협의 간부로 직업생활을 하셨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은진임씨 문중과 지역사회의 여러 활동을 하시다가
최근까지도 노인회장을 맡고 계신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분이라 인간관계의 폭이 넓고
지역의 사소한 일에까지 직접 개입해서 활동을 하셨다.
우리가 운동하러 다니는 면사무소의 체력단련장도 선생님의 강력 추천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면사무소를 마치 안방처럼 들락거리면서 주민들의 편의와 생활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신 분이다.
선생님은 마을의 이런 아이들 몇을 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주셨다고 하시며
교육자의 본연의 마음을 드러내신다.
우리가 5.6학년 때 2년 동안을 맡으셨는데 선생님은 늘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훈화를 하셨었다.
“마음의 호랑이를 그려라.”
큰 뜻을 품고 자기 계발을 하여 자아실현을 하라는 말씀인데
초등학교 수준에 맞게 각색하여 짧은 구절로 가르치신 것이다.
우리가 6학년 때 27세였던 의욕에 찬 청년이라 제자 사랑이 유별나셨다.
돈이 없어 수학여행을 하지 못하는 시절이라 열정과 헌신의 이벤트 하나를 만들었으니.....
보리베기와 모내기로 직접 돈을 벌어서 가자는 것이었다.
그 어린 아동들이 낫을 들고 보리를 베고 모심기를 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여행비를 마련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요즘 그런 선생님이 있을 턱도, 그런 이벤트가 가능하지도 않을 일이다.
우리는 매년 모교의 총동문회를 할 때마다 선생님을 먼저 찾아뵙고 큰 절을 드린다.
선생님은 그 때마다 흐뭇해하시는데 작년에 어쩌다 뵙지를 못해서 서운하셨던가 보다.
지금까지는 선생님을 틈틈이 만나서 인사드리고 대화를 나누었는데
건강이 여의치 못하시니 걱정이 앞선다.
부디 돌아가시는 순간 까지 큰 고통이 없기를 빌며
깊은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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