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웅! 붕!
시간에 쫒기는 것도 아닌데도 호기심과 들뜬 마음으로 자동차 가속 페달을 연신 밟으며
자랑을 하듯이 독백을 한다.
나는 지금 굿 보러 간다오.
200리 길을 승용차를 타고 굿 보러 가는 중이라오.
국악의 본 고장 남원에 세워진 국립 민속국악원에서
빼어난 소리꾼, 춤꾼들이 벌이는 엄청 큰 굿을 보러 가는 중이오.
굿에 대한 나의 최초의 기억은 내 생일 날 집안 할머니가 삼신 할멈께 비는 기도다.
윗목에 정갈하게 추린 짚 위에 정안수와 고봉으로 올린 메를 차리고
무어라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손을 싹싹 비비는 기억이다.
10년 만에 아들을 본 어머니가 감사한 마음과 무탈을 기원하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내 존재 가치에 대한 뿌듯한 만족감과 경건함이 내 의식에 자리를 잡는 의례였다.
굿의 원래 의미는 무당굿을 말한다.
무당을 가리키는 한자 무(巫)를 파자하여 보면
하늘 천(天), 땅 지(地), 뚫을 곤(丨), 기둥 주(主), 장인 공(工), 사람 인(人),
춤출 무(舞)라는 뜻이 있다.
이것의 기본 의미는 하늘의 뜻 즉 신탁을 받들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중개하는 주관자라는 뜻이다.
하늘의 뜻을 전할 때 중심에는 무당이 있고
양 옆에는 사람이 춤을 추는 형상인 것이다.
굿은 원래 무당이 제물을 바치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해 달라는 원시 신앙을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동신제나 풍물놀이 등과 같은 습속도 포함한다.
요즘이야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세상이라
음악, 영화, 연극, 무용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모두 뭉뚱그려서 굿이라 했으니
나도 굿 보러 간다고 하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이야 원체 볼만한 오락거리가 많지만
마을 사람 모두 합쳐야 열명이 될까말까한 산골에 사는 나에게는
굿 보러 가는 일은 신나는 놀이요 여흥이다.
더욱이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웰빙을 추구하려는 내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오늘날 현란한 자극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강한 자극에 오래 노출되면 결국은 둔해지는 역리 현상인 것이지.......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굿이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를 모르고 사는 둔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전통사회에서 얼마나 굿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 얼마나 강했던 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굿은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을 들뜨고 신나게 만드는
최고의 볼거리이자 동시에 자신의 재능을 표현하는 무대였던 것이다.
마을 어디선가 메굿 소리가 들리면 온 동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다 함께 참여하며 굿을 즐겼다.
질병과 재앙으로 신음하던 이들을 위안하고 복락을 기원하는 기도였던 것이리라.
삶의 희열과 애환을 굿을 통해 표현하고 대리 만족하며
굿은 우리의 문화가 되어 전승되어 온 것이다. .
세시풍습으로 혹은 통과의례의 형태로 반복되며
우리의 내면에 흐르는 정서가 되었다.
지난 주에는 창극 이번 주에는 춤극이다.
여수시립극단이 공연하는 <황진이>가 세상에,,,,,,
공짜란다. 공짜
“소비자 부담으로 이 공연을 본다면 최소한 10만원은 내야 할 껄.”
이라며 민속국악에 무관심한 세태를 은근히 우려하며
자신의 민속국악 관람에 대한 동기 유발을 한다.
"어이! 청곡 풍류를 찾아 먼길 다녀왔군. 잘했어.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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