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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삶의 매듭

매듭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과 일 사이의 마무리 또는 어떤 일의 결말이다.

그리고 실이나 끈으로 묶어서 고리를 짓거나 마디를 엮어서 만든 장식품의 의미도 있다.

 

 

 

 

 

 

우주와 대자연에는 마디가 있고 매듭이 있다.

천체의 운행 질서에도 일정한 매듭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1년을 4계절로 나누고 12달로 나누고 24절기로 나누고 365일로 나누었다.

계절(季節), 절기(節氣)의 절은 마디를 말한다.

 

 

 

 

일출과 일몰은 하루의 낮을 여닫는 자연의 장엄한 매듭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의 매듭이 있고 각 부분마다 잔 매듭이 있다.

가장 정교한 매듭을 짓는 식물은 대나무가 아닐까 한다.

생장 조건이 일정하고 원활하지 않음에도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마디 끝에 매듭을 짓는 참다움과 아름다움은 지조의 상징으로 군자의 나무가 되었다.

 

 

흐르는 물줄기에도 매듭이 있어 얕고 깊고 돌고 떨어지고 급하고 느리고 성쇠를 거듭한다.

그런 매듭은 바위에도, 바람에도 존재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도 당연히 매듭이 있다.

손가락, 발가락에도 오장육부에도 혈관에도 각기 매듭이 있으니 신비하지 않은가?

인체의 뼈 마디가 모두 360개 하니 원을 360도로 나눈 것과 일년을 365일로 나눈 것이

우연이 아니라 우주 자연의 이치에서 비롯된 지혜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숨을 마시고 내쉬는 것에도 마디가 있고 말을 하는 중에도 쉬어가는 매듭이 있다.

아기의 출생과 돌을 맞이하고 젖을 떼는 일도 어린 시절의 삶의 매듭이 아니던가!

죽음은 인생의 가장 최종적인 장엄한 매듭이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매듭을 맺고 때로는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매듭은 생명체가 성장하는 과정의 쉬어감이요 변화의 상징이다.

그리고 한 마디의 결실이요 결말이다.

 

 

인생의 매듭은 대나무처럼 정확한 지점이나 기간, 시간에 맞추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삶은 불확실하고 불완전하여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러나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매듭을 만들어 간다.

저마다 자기의 가치관이나 기호나 신념에 따라 다양하고 개성적인 매듭을 만든다.

매듭의 재료는 일상이다. 매 순간 순간의 말과 행동으로 엮어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매듭을 짓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은 행복하거니와 모범적인 인생으로 칭송 받는다.

 

 

그 매듭에는 운명적 매듭과 창조한 매듭이 있을 것이다.

운명적 매듭은 내 의지와 노력으로 변경할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태어난 시기와 장소와 가문과 가족관계 등이다.

니체의 운명애는 인간의 고결한 정신과 강인한 의지가 만드는 정신적 매듭이다.

내가 스스로 창조하는 매듭은 노력과 의지로 성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