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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호랑이 담배 피우는 이야기(1)

 

나는 지금 호랑이들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동화 속의 호랑이가 엉금엉금 기어나와 포효하다가 토끼가 붙여주는 장죽 담뱃대를 물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민화 속의 호랑이가 소나무에 앉은 까치와 한가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우리 민족에게는 호랑이에 대한 집단 무의식이 존재한다.

집단 무의식의 심층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공통된 기억이나 이미지가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관습, 습속, 교육, 공동 체험 등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이린 시절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에서부터 호랑이 그림을 보여주며 구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공통적이고 집단적인 체험들은 선악에 눈을 뜨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연 친화적인 성품을 계발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호랑이에 대해 매우 친근하고 외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벽에 호랑이 그림을 붙이고 벽사(辟邪)의 수단으로 횔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단군 신화를 보면 민족의 생명의 시원에 호랑이가 등장한다.

비록 범이 환웅의 배필은 되지 못했지만 우리의 직계 조상이 될 뻔 했던 것이다.

호랑이는 멸종의 위기에 처한 사나운 맹수가 아니라

민족의 의식과 문화 속에 살아있는 친근한 동물이자

하나의 문화 코드인 것이다.

 

 

 

 

 

 

나름대로 호랑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왜 우리의 뇌리에 살아 있는 호랑이는 친근하고 바보스럽고 천진스러워 보이는지........

그리고 그런 호랑이의 이미지에 담겨 있는 의미까지 유추해 보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마음에 드는 호작도를 찾아 목판에 크게 부조를 하고 싶다.

작품이 마음에 들면 조그만 황토집 벽면에 끼워 넣으면 좋겠다. 아트월처럼.....

괜찮으면 아트월이 사방에 만들어질지도 몰라.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조각해서 사신도처럼.......

벌써 마음은 저만치 미래에 가 있으니 소년처럼 가슴이 뛰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