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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박새

대한(大寒)이 지나고 잠시 푸근해졌다.

창 밖 단풍나무에 박새들이 간간히 날개를 접고 잠시 쉬었다 간다.

까아만 머리에 연한 회색 자켓을 입고 연한 회색의 가슴에 까만 머플러를 목에 맨 날렵한 요정들.

 

작은 새들이 쉬었다 가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도 유쾌하고 발랄해진다.

가만히 가지에 앉아서 쉬는 게 아니라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는

가느다란 다리는 용수철 힘줄로 이루어져 있나보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날렵한 걸음으로 부리는 부지런히 수피를 콕콕 쪼아댄다.

잿빛 날개는 연신 균형을 잡느라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춤을 춘다.


 



한 마리가 날아와 앉자 곧 이어 다른 녀석이 찾아온다.

제 짝인지, 친구인지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알 필요도 없는 일이다.

다만 새들은 잠시 머무르다가 날아가며 또 날아오고 갈 것이다.

오래 시간을 머무르지 않는 것은 골치 아프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싫은 까닭이리라.

 

나는 이 친근하고 멋스러운 요정과 거리를 당겨서 말을 붙여본다.

네가 부럽구나. 곱게도 차려 입었구나.

청명한 창공의 넓은 공간에 노니는 마음껏 노니는구나.

날갯짓하며 마음 닿은대로 날아 다니는 너는 자유의 요정이로구나.

건강한 날개에 부지런한 부리로 가는 곳 마다 먹이가 넘치니 풍요롭구나.

작은 몸집, 유연한 날개에 탐하는 바가 없으니 작은 신선이로구나.

지저귀는 소리에는 시흥이 배어나고 날갯짓에는 춤꾼의 흥이 넘치는구나.


 

절묘한 인연이로구나.

내가 새가 아니어도 네가 사람이 아니어도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천지사방 넓은 곳에서, 고금의 장구한 시간 속에서

지금 이곳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 아니던가!

춤추어라 작은 요정들아.

나 또한 흥에 겨워 이렇게 지저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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