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를 며칠 동안 바라보다가 몽유병자처럼 상상에 빠진다.
나는 극미한 존재한 존재가 되어 무엇인가에 의해 이끌리듯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아! 신선들의 땅.......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이하고 신천지의 황홀한 풍경들이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무릉도원이란 이런 곳이란 말이던가!
한창 대지가 꿈틀거리며 생명의 기운으로 약동하는 봄철이었다.
청정한 시내를 건너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니
그윽한 복사꽃 향기가 바람결에 날려왔다.
남녀 노인에서 어린아이까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다.
허기로 지친 나는 음식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느냐고 묻자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진 물건 하나와 음식을 바꿀 수 있느냐고 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한바구니의 음식을 권하며 그냥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에 수려한 젊은 여자 하나가 나서며 또박또박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다른 세계에서 오신 손님이군요.
이 마을에서는 무엇을 사고판다는 것은 전설로 전해오는 이야기랍니다.
사람이나 사물들은 저마다 하늘이 부여한 자기만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이 영혼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위대하고 거룩하신 하늘님의 입김과 숨결을 불어 넣은 것이랍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교만한 사람들이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가치를 비교하거나 평가하거나 다른 것들과 바꾸거나 할 수 없는 것이랍니다.
당연히 돈이라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바깥 세계에서는 교환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랍니다.
벼 한 톨, 꽃 한송이를 사거나 파는 행위는 천지신명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랍니다.
그리고 사물이 지닌 고유하고 신성한 가치를 폄훼하는 불경스런 일이랍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 대한 패악이나 패륜과 같은 범죄라고 생각한답니다.
땅에서 나오는 모든 산물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랍니다.
다만 자연이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을 내가 얻을 뿐이지요.
그것은 자연이 베푸는 선물이고 증여랍니다.
선물은 베푸는 자의 뜻이기에 그것이 커든 작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뿐이지요.
그런데 인간의 욕심, 욕망은 우리 마음에 있는 사탄이랍니다.
이곳의 사람들이 다른 세계와 다른 점은 바로 무욕이 생활화된 사람들이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일하고 나누어 쓴답니다.
여기는 범죄도 시기, 질투마저도 사라진 곳이지요.
자본주의라고 하였던가요?
큰 도시에 시장이 있고 물건들이 넘쳐 흐른다던데.....
지금도 그런가요? 그런 사회는 행복하던가요?
이곳 무릉도원을 떠나실 원하는만큼 복숭아를 따 가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증여할 뿐, 사고팔지는 않는답니다.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여하는 사회 (0) | 2018.02.08 |
---|---|
소금산 출렁다리 (0) | 2018.02.07 |
가난은 내적 부의 전제 (0) | 2018.02.05 |
어느 찻집의 인테리어 (0) | 2018.02.04 |
어떤 블로거의 사색 (0) | 2018.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