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태생 자체가 단순하고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커다란 두 바퀴를 연결한 가느다란 뼈대와 간단한 부품 뿐이다.
자전거는 그 초라한 몸집이라서 오히려 다행인 듯 수줍은 몰골에 자족의 미소가 담겨있다.
제 혼자서는 직립하기도 어렵지만 두 바퀴 사이에 한 사람을 태우고 길 위를 미끄러지는 모습은 서정적인 풍경이다.
삼각 구도의 안정감에다 사람과 기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질주하는 모습은 낭만적이다.
자전거는 매캐하고 알싸한 기름을 증오한다.
오로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의 의지와 건각에서 솟구치는 땀을 좋아한다.
자전거는 자신이 자동차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크고 강한 몸체로 쏜살처럼 질주하는 화려한 자동차를 부러워하지 않고 제 분수에 만족한다.
빈 안장 위에 앉아서 함께 질주할 동반자를 만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치장을 하며 뽐내는 일은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무소유의 신념이 엿보인다.
욕망하는 바가 적으니 자유롭다는 이치를 깨달은 지혜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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