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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식당가에서

여행 중인 내가 식당가를 걷는다

잠시나마 일터에서 자유로워진 이들의 피로를 위로하는 이 막간의 행복이 하루의 정중앙에 있다는 것이 절묘하다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남자,커피를 홀짝거리는 여자들이 걷는 도심의 거리엔 공복을 유혹하는 냄새와 포만감으로 가득하다

 

여기는 색다른 시선으로 보면 거래의 현장이다

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소비자와 음식을 생산하는 식당의 수요와 공급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수많은 식당들은 점심을 먹어야 하는 손님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맛과 멋으로 단장을 하고 기다린다

누구나 일정한 시간만 되면 먹어야 하는 인간의 생리적 조건을 담보로 하는 식당은  거래에서 상당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유 경쟁의 현실에서 생존하려는 노력은 치열하다

선택권의 칼자루는 손님에게 있다 손님은 왕이다

왕은 순간순간의 욕망에 따라 하나의 선택을 한다

그 기준은 매우 자의적이며 유동적이다

 

어서 오세요

친절한 음성, 반기는 표정은 성사된 거래에 대한 감사와 차후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 외적 상품이다

 

다음은 선택의 단계로 들어간다

으음! 뭘로 할까?

홀로 여행을 하는 나는 자신만의 내부 조율만 하면 되니까 선택이 용이하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식사는 사람들간의 조율이 필요하며 만만치가 않다

식당은 손님에게 다양한 종류의 선택권을 줌으로써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경쟁력을 기르지만 이 점이 때로는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일목 요연하면서도 예쁘게 디자인된 메뉴판 앞에서 주어지는 잠깐의 선택권은 때로는  자유권이자 택일의 부담이기도 하다

메뉴 선택에는 무한의 선택권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까탈스럽거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음식가격이 다르고, 식성과 취향이 제각각인 점을 고려하여 나름대로 욕구를 조화해서 마찰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나름대로 만족도를 평가한다

그 결과는 다음 기회의 선택과 판단에 작용하게 된다

 

잘 먹었습니다

라는 인사에는 선택에 대한 만족감이자 교양과 품위가 담긴 의례적인 인사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는 인사엔 다음에도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선택해 달라는 당부가 담겨있다

 

자! 이제는 내가 선택할 차례다

저~기에 막국수 간판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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