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시가지를 걷는다
중절모를 반듯하게 쓰고 불룩한 배낭을 메고
손가방을 어깨에 걸친
내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맹f렬하게 질주하는 차량 행열의 소음들이
나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지나친다
수많은 행인들 어느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무심히 자기 길을 갈 뿐이다
이 도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익명의 거리는 오히려 편하고 거리낌 없다며
묘한 웃음을 바람에 날려보낸다
별 일도 없는 내가
별 일이 있는 것 처럼
보무도 당당히
생기있는 표정을 억지로 지어본다
특별한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가던 길을 되돌아 가는가 하면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