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문호 개방 당시의 낯선 외래품을 보고 왕이 신하에게 물어보는
호기심 가득한 질문처럼 문화재의 용도를 생각해 본다
현재의 경험으로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낯선 물건인 것이다
단지 사리를 보관하는 보물 정도로 인식할 따름인것이다
이 물건은 불교의 보물이다 실제로 사리를 보관했는지는 모르지만
밀교에서 수행과 관상을 하는 불구로 사용한 것이라 한다
이 불구는 대단히 함축적인 상징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문자화된 불경은 아니지만 사물로 상징된 불경이라는 텍스트다
이 물건 안에 인도의 신화가 담겨있고 치열한 수행의 투지가 담겨있고 불교의 이상이 담겨있다
이 물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도요 수행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우리 자신 즉 주체의 변형이 요구된다
나는 그저 짧은 기존의 피상적 인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이 물건의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설프지만 오래 전 이 물건을 만들던 공인의 섬세한 손과 치성을 드리던 마음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 물건 안에 담긴 의미를 공부한다
모든 사물은 의미를 지닌다
이 물건에 부여된 의미는 나를 특정한 주체로 그리고 이 물건을 특정한 대상으로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 용어를 형편없는 기억력이지만 공부하고 신화를 찾아보고 여러 자료들을 탐색한다
법문을 듣기 위해 천 배를 올리는 것에 비하면 이런 수고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기단 위의 장식은 인도의 신화 속의 인물인 전륜왕의 수레 바퀴를 상징한다
불교의 믿음과 진리를 온 세계에 전파하는 윤보인 것이다
그리고 윗쪽의 둥근 형태는 여의주 구슬이다
여의주는 한자의 뜻 그대로 원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지는 보물이다
동양에서 신성시하는 상징 속의 용이 턱 아래에 달고 천상으로 승천하는 효력을 가진다
생사운회와 세속의 온갖 고통과 번민에 시달리는 중생들을 구제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열반에 이른 고승의 사리를 담아 현양함으로써 내세에 다한 믿음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두 부분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은 오고저라 불리는 것인데 신화 속의 창과 같은 무기다
번개처럼 빠른 인드라신이 아수라를 대항하며 싸울 때 사용한 것을 상징하는데
수행자들이 스스로 경각심을에게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결국 우리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잡상과 번뇌를 물리치는 지혜와 마음의 힘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