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제주도 올레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걷기 열풍을 일으키더니
우리 고장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 오솔길을 만들고 있다.
포악스러운 중장비가 아름다운 하천을 망가뜨리며
개발이란 미명으로 교묘하게 위장하는 판에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오솔길을 내는 일은 치하하고 싶은 일이다.
오늘은
가래올 냇가를 건너 →강선대로 →농산 장뜰로 →용암정으로 →수승대로 →위천중학교 쪽으로
→동계 고택이 있는 강동 마을을 거쳐→ 석불이 있는 말목골로 →강선대로→ 가래올로 돌아오는 길을 걸었다.
(대부분 포장 도로의 건너 편 길이며 일부 구간은 아직 미완성이다.)
가는 길에 덤불 속 곤줄박이들의 은밀한 안방을 엿보기도 하고
얼음 속에서도 끝없이 길을 걷는 냇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새 눈을 틔운 버들강아지를 장하다고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고택,비석 같은 선인들의 발자취를 흘낏 둘러보기도 하고
한결 매서움이 덜한 솔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걷는다.
오늘의 느림과 비움의 시간 세 시간, 약 14 킬로미터.......
마침 장석주의 느림과 비움의 미학이란 책을 읽는 중이라서
오늘 산책은 더욱 의미가 깊어진다.
새상에 대한 미적 관조가 그윽할수록
삶은 살만하고 참다운 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용암정을 향해 걷는 시냇물.........
병풍 한 폭이 감싼 농산 마을을 보며
행기숲의 산책길에서
멀리 보이는 덕유산은 눈을 뒤집어 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