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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바위에 기댄 진달래


올 여름의 개인전을 준비하는 서한당의 화실에서 피어나는 진달래꽃이다

갈라진 바위에 이끼가 피어있으니 아마 그늘진 음습한곳이리라

진달래 꽃이 화사하게 피어 환하며 향기가 바람에 흩어질 것이다

 

진달래는 제 자리를 가리는 까다로운 꽃나무가 아니라

어디든 가리지 않는 이 땅의 선남선녀 같은 꽃나무다

제가 처한 환경에 잘 적응하며 척박하고 소외된 땅을 위로한다

 

진달래는 특별한 맵시나 화려한 풍모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가장 한국적인 봄꽃의 상징으로 내세울만 하다

아마 어디서도 자라고 꽃피우는 억척같은 근성으로 친숙하여

의식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 한 편이 민족의 꽃이 되어 이별의 정한을 승화시키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기른다

지금은 차갑고 음산한 외진 곳에서 앙상한 채 떨고 있지만

봄이 되면 활짝 피어날 꿈을 꾸는 나무에게서 위로와 희망을 배운다

 

이제 서너 달 후에 지천으로 피어날 진달래꽃 앞에서

내 걸음이 멈추고

내 눈길이 그윽해지고

오롯한 마음으로 꽃을 마주할 것이다

 

외지고 적적하여

청태 낀 바위에 기대는가

 

모진 겨울을 견딘 투사의 보상인가

봄을 찬미하는 헌화인가

 

아무도 없는 산 한 켠에

깃드는 봄의 정령들

화사한 진달래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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