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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외현선생의 1월

 

외현선생이 만든 1월의 달력은 호천왈단이라는 네 글자의 서예작품이다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넘은듯한 붓의 발걸음이 절제되고 거침없어 보이는 작품이다

 

昊天曰旦 及爾游衍

(호천왈단 급이유연)

하늘이 밝아 네가 너그러움을 행하도록 하셨도다.

 

한 해가 시작하는 정초에 작가는 옷깃을 여미며 지극한 정성으로

하늘을 우러러 숭배하며 큰 절을 올리는 심경이 필의에 담겨있다

신년 벽두에 엄숙한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르며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이다

한 해가 시작하는 정초에 작가는 하늘을 공경하는 경천을 화두로 삼는다

이는 하늘에 원단 세배를 올리는 경건한 마음이다

그런 후 동양의 고전인 시경의 글을 달필로 일필휘지한다



 


고전을 가까이 두고 마음의 양식을 구하는 선비의 호학에 부러움과 존경심이 생겨난다

경천은 천지만물을 창조하고 지배하고 심판하는 주재자(主宰者)인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이다

하늘이 만든 사람이 하늘의 위대한 법에 겸손되이 순응하는 것이다

하늘은 참되고 인간은 그런 하늘을 본받아 참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는 윤동주 시인처럼 진실한 소망이 있을까?

1월의 달력을 펴면서 하늘을 본받아 자기 혁신을 이루겠다는 나의 다짐으로 받아들인다

 

달력에 큼지막한 글로 「어머님 떡국」이란 두 단어는

설날을 맞아 효성을 다해야 한다는 다짐인 것이다

1월의 본질적 의미를 단순화하여 설날의 떡국을 설정하고

부자자효의 미덕을 실천하려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히 드러낸다

 

달력이라는 공적 영역에 개인적 의지를 피력하는 거침없는 마음은 자유인의 면모다


 

 

시경 참고자료

敬天之怒,無敢戲豫;

하늘의 노함을 공경하여 감히 희롱하고 태만하지 말며,

 

敬天之渝,無敢馳驅。

하늘의 변함을 공경하여 감히 달리지 말지어다.

 

昊天曰明,及爾出王;

하늘이 밝아 네가 태어나 왕이 되게 하였고,

 

昊天曰旦,及爾游衍。

하늘이 밝아 네가 너그러움을 행하도록 하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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