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들은 외롭고 힘들고 불편하고 결핍된 삶을 산다
사회적 관계의 고립, 조악한 먹거리와 도시문명을 등진 불편한 주거생활
그리고 직접적인 노동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삶이다
그런데 묘하지 않은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인가?
문명의 혜택을 풍성하게 받으며 질이 높은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문명의 이면이자 대척점인 원시와 자연의 삶을 동경하는 이중적 심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문명의 풍요와 편리의 반대편에 있는 원시적 삶을 대리 체험하려는 욕구인 것이다
사람은 복합적인 구조의 지배를 받는다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이상, 물질과 정신 등의 양극단을 오가며
갈등과 대립, 수용과 포섭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양극단을 어떻게 조화하고 균형을 찾는가는
그 사회나 개인의 가치관이나 현실상황을 고려한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자연에서 문명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진화 과정이 직선적인 것은 아니다
양자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선택과 거부의 과정을 거친다
문명을 향해 진화한다고 해서 자연이라는 원리가 일거에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억압 당한다
즉 과학과 기술에 의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시 자연에 대한 향수를 가진다
예능 프로그램에 무인도 탐험과 생존 서바이벌 등은 바로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TV에서 격투기가 인기다
피를 튀기며 싸운다
마치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이 콜롯세움의 로마인들의 열광을 받는 장면이 햔대에서 재현된다
집단의 무의식이 오랜 세대를 거치면서 전승된다는 융의 이론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나는 문명인이다
이 글은 폰의 메모 어플을 활용하여 씌여지며
듀얼기능을 통해 이어폰을 착용하여클래식 음악을 동시에 듣고 있다
이 글은 마치 영혼의 양식처럼 하루나 이틀동안 저장되었다가
블로그라는 SNS를 통해 공개될 것이다
동시에 나는 자연인이다
아침 식사 후에는 지게를 지고 뒷산에 가서 불쌀개를 조금 마련해 오는 나뭇꾼이 되려고 하며
점심을 먹은 후에는 하천변을 따라서 10Km를 걸으려 한다
나는 문명과 자연을 오락가락한다
문명의 첨단과 자연에로의 퇴행을 매 순간 오간다
삶은 그런 실험의 장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성히 하려는 것이며 존재 가치를 고양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