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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2시간을 기다리며


여행 중, 버스 출발까지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기다릴 때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하자

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하는 습관은 초조하고 긴장한다는 것이고 시각에 종속된다는 것이지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면 거리로 나선다

아직 다리는 튼튼하고 마음에는 여유가 있고 구경거리는 많다

 

꼭 가야하는 일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나의 길이 되는 것이려니.....


 


주체적인 삶은 시각을 지배하거나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버스를 기다리는 한 시간은 버스를 타기 위해 소모되는 헛된 시간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목적이나 목표를 지향하는 행동이 많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은 목적에 종속되거나 하위 가치로 인식하지 않기로 한다


 



버스 시간까지 남은 한 시간은 내 삶의 말랑말랑한 질료다

이 시간은 나의 사유가 자유롭게 나래를 펼치는 무한의 창공이다

엉성하고 산만하다 해도 내 삶의 표현 방식이며 그런 글 몇 줄이 블로그에 남을 것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과 공적으로 약속한 크로노스의 시간을 조화하기로 한다


 

내 삶의 부품들이 복잡하고 정교하게 맞물려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쉬엄쉬엄 작동하지만 독특하고 유연하여 여운이 은은한 향기를 머금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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