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앞산에서 푸르름이 배어나온다
잎 둥근 나무들은 안에 응축된 생명의 힘들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가지의 움막이 열리고 돋아나는 움들은 생명의 요정들이다
가만히 마음을 기울여 들으면
요정들의 왁자지끌한 소리들이 바람결을 타고 들려온다
이제 새 봄에 맞는 옷을 갈아입어야 해
우리는 모두 나무지만 서로 다르기도 하지 서로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
하하 동일성과 다양성의 뒤섞임이 빚어내는 변주랄까?
나는 노각이라는 나무, 너는 참나무, 또 너는 병꽃나무, 또 너는......
이제 우리는 저마다의 감각으로 옷을 입기 시작했지
푸르름은 우리의 꿈이고 희망이지
우리가 마음껏 손을 내밀고 팔을 뻗어나갈
무한한 공간인 하늘의 푸름을 닮아가려는 것이지
가지마다 수많은 손들이 뻗어나와 기도를 하지
그러면 저 찬란한 태양의 빛이 무한한 은총으로 변하지
우리의 식량이 되고 생생한 활력이 되어 하늘을 향해 자라나게 되지
우리의 새 잎들은 노랑색을 띠고 있지
며칠 지나지 않은 병아리처럼 앙증스런 귀여운 손이지
차츰 차츰 노랑이 연두로 초록으로 변해가며 여름을 맞을 때는 강인한 진초록이 되지
태양이 강열히 내려 쬐일 때 우리의 푸르른 손은 볕을 차곡차곡 모아 요리를 하지
창공에 손을 내밀고 바람에 나부끼는 초록의 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