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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바람의 소요

 


할 일이 없는 사람이 격자창 너머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의 나무들이 우왕좌왕하며 동요한다

나무들을 요람에 태우고 흔들어대는

바람이 심술이 난 것인지 거센 기세로 집요하다


「흔들리지 않고 자랄 수야 없지」

「4월이 잔인한 달이라는 말은 우리를 얕보지 말라는 소리인 거지」

 

바람의 콧대 높은 선공에 나무들이 순순히 굴복하지 않는다

춘풍은 흥을 일으키는 감미로운 바람인데

도가 지나치니 볼썽 사납기 짝이 없군

이러다간 연약한 새 잎에 생채기 나기 십상이겠구만

 

나무들은 중심을 잃지 않으려 시계의 추처럼 움직인다

바람이 떠민만큼 원상으로 되돌아가는 회복력으로 안정을 되찾는다

 

며칠동안 이 봄은 사나운 바람으로 소요가 그치지 않는다

무료한 내가 분주한 바람의 소요를 지켜본다

이렇게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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