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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소나무 전지

나는 소나무를 전지하고
소나무는 단발을 한다
나는 나와 생을 같이 할 뜰의 가족을 예쁘게 단장하는 미용사가 된다
온순한 소나무는 제 온 몸을 맡기고 내 손길에 순응하는 기특한 아이다

주택을 지을 때 손목만한 소나무 세 그루를 서쪽 마당 복판에 심은 것은 작은 결단이었다
마당은 대부분 넓게 비우는 종래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마치 바람에 몸이 쏠린듯이 심은 것은 나무를 이식한 분의 아이디어였다
나무 아래에 세 개의 정원석을 배치한 것은 앉아서 쉴 수 있다는 휴식처이 나무와 돌의 조화된 상태다

소나무 세 그루와 바위 세 개는 무의식적 삼재사상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정식으로 전지교육을 받은 일은 없지만 꼭 그래야 하는 법도 없는 터라 경험과 사랑의 의지로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나무가 수세를 잘 유지하면서 아담하고 균형 잡히게 하는 일이다
창문에서 가까워 몸집이 많이 크지 않도록 웃자란 가지를 자른다
허약한 가지, 겹친 가지, 안 쪽으로 뻗은 가지도 잘라내어 균형잡힌 몸매, 아름다운 몸매가 되도록 도와준다

스포츠 머리를 한 청년처럼 머리가 시원스럽다
전정을 마친 후에 바닥에 떨어진 솔가지와 잎들이 손수레로 두 대 분량이다
야외 아궁이 앞에서 햇볕에 마른 후에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사랑스런 눈으로 주위의 수목을 천천히 바라보며 이 아침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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