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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제주여행(3일차) 사려니숲길 - 돌문화공원 - 다랑쉬오름

 

사려니 숲길을 느긋하게 걷는다.

 

숲길 입구에 우림과 나를 승용차에서 내려놓고

서귀포옹은 출구에서 반대로 걸어온다며.......

 

오늘은 첫걸음부터 여유롭다.

평탄한 숲길을 걸으며

삼나무, 편백나무는한번 쯤

큰 키를 구부릴만도 한데

그러는 법이 없다.

 

 

잘 조성된 길을 걸으며

숲에서 자라는 식생들을 관찰한다.

 

 

 

 

울창한 수풀은 커텐을 쳐두고 있다.

언뜻언뜻 투과하는 빛을 받은

천남성 얼굴이 해맑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이 도열하며

지나는 길손들을 반긴다.

 

이 숲길은 기억할 것인가?

길에 널린 수많은 발자국들과

그들이 남긴 말의 홀씨들들을.....

 

 

물찻오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오전에 10킬로 이상을 걸었더니

점심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말고기 전문 식당이다.

말고기 육회와 말 곰탕으로 ........

 

중식 후에 돌문화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제주인들의 삶에 스며든 돌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원

 

넓은 대지 위에 인공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자연적인 것을 최대화한다는 슬로건이 엿보인다.

 

기이한 형상을 한 돌들을 쳐다보며

신화와 전설에 몰입하고 싶은......

 

 

나뭇가지 위에새 한마리 앉아서......

 

 

돌이라면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우림 황산옹이다

 

 

 

어린 시절 소꿉동무 같은 친구들이

꾸밈없는 모습으로 서 있는듯....... 

 

 

 

누가 누구를 바라보는가?

 

 

화순의 운주사 돌부처들이 생각이 난다.

원시적이고 소박한 인간의 원형이 드러난다.

 

 

모두 쌍쌍이로구나.

음양이야말로

대자연의 가장 기본 법이 아니겠는가

 

 

돌장승들이 마을 회의를 하며

그들의 전설을 만들어간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백년 가약을 맺는 부부의 엄숙함이 엿보인다.

 

 

 

 

 

 

 

 

돌에도 생명이 깃든다.

버려진 막돌들이

제 연분에 맞는 머릿돌 하나를 얹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으리라.

 

 

돌들이 저렇게 도열해 있으면

나는 긴장이 되고 불안해진다.

진시황 무덤에 도열한 토용들처럼........

 

돌문화 공원은 다시와야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곳을 스쳐가다보니

상투적인 관광에 그치는 것 같아서이다

 

 

 

 다랑시 오름으로 간다.

 

 

오름에서 바라보는 이웃 오름.

경주의 고분에는 사자의 영혼을 품고

제주의 오름에는 무엇을 분출하였던가?

 

 

우림의 벗인 스님의 자성원에서......

출가한 스님이 대접하는 것은  

녹차의 향기만이 아니리라

 

 

 

물어물어 찾아온 자성원이라

오래오래 잊지 못하리라.

 

스님의 차를 마시면서

언뜻 초의선사와 다산선생이 생각이 났다.

다산이 유배와서 초의에게

차를 보내달라고 마치 떼를 쓰듯하는

한승원의 소설의 몇몇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인연의 끈은 이리도 질기던가?

사십여년 전 위천에서 맺어진 인연이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제주도 땅에서 조우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