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는 감나무가 올해도 많은 감을 달고 있다
주인이 멀리 있는 나무라 처음에는 미안함과 조심스러움이 반반이었는데
몇 해를 지나니 당연한듯 주인이 따로 없다
요놈의 마음이라니!!!!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보다 더 심각한 뻔뻔함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봄에 새 잎이 돋아날 때
거름 한 삽을 주기는 커녕
마음 한 번 졸인 적이 있었던가
간 밤의 태풍에 전신이 휘청거리며 가지가 부러질 때
잠이라도 깨어있었던가
그런 무심한 사람이 잘 익은 감을 보자 욕심이 발동하여 쩝쩝 입맛을 다시니 가관이다
오늘은 감 따는 도구를 들고 목을 쭈욱 빼서 용을 쓰는데 입가에 만족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감나무 위로 날아가는 새 한마리가 뭐라 지껄이며 찌익 배설물을 날리고 간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을 깎으며 (0) | 2020.10.23 |
---|---|
토란 뿌리를 손질하며 (0) | 2020.10.22 |
길섶에 핀 꽃 (0) | 2020.10.03 |
꿩의 비름에 앉은 나비 (0) | 2020.09.27 |
거미줄 (0) | 2020.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