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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토란 뿌리를 손질하며

ㅏㄴ

토란 뿌리를 캐서 손질을 한다
물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답게 길고 하얀 실뿌리가 무수히 많다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구나라는 독백인 셈이다

실한 줄기로 초록 우산을 몇 개나 받쳐들고

바람결에 출렁이며 마음껏 활개를 펼치도록

지하의 조력자는 마치 광부처럼 물길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뿌리니 줄기니 잎이니 하는 것은 부질없는 구분일 뿐이다
하나의 생명체를 원기왕성하게 유지하기 위해

지상과 지하에서 여러 기관들이 긴밀하게 관련된

묘한 신비에 감동이 솟아 나온다

이제는 해체의 과정을 겪는 중이다
몇 주 전에 지상부는 잘려져 토막난 채 마르고 있다
이제 뿌리는 농부의 함박 웃음과 정성스런 손에서 흙을 털고 잔 뿌리는 잘린다
일부는 먹거리로 또 일부는 겨울잠을 잔 후에

새 봄의 대지에서 부활의 축제에 참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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