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의 정겨운 풍경 한 컷을 직접 만들어 본다
노오란 감들이 옷을 벗고 햇볕 쏟아지는 채반에 누워 하루하루 마를 것이다
제 몸 안에 남은 물기를 말리고 달콤한 맛으로 변하며 사람의 먹거리가 된다
이 풍경은 이 뜰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일련의 활동이 그 이면에 깔러있다
장대로 발돋움하며 감을 따는 여러 날과 숫돌에 과도를 예리하게 연마하는 시간과 감을 빙빙 돌리며 껍질을 깎아내는 지루한 작업과 그 시간에 뇌리에 떠오르고 사라진 숱한 사유의 편린들이 이면에 존재한다
감을 깎으며 오랜 세월동안 가옥의 안팎에 심고 가꾸며 활용하던 감나무가 우리 전통 속에서 차지하던 비중을 생각해 본다
전통 제삿상 제일 앞줄의 대엿 제기에 당당히 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문학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가장 쉽게 구하는 먹거리였다 감은 우리 문화와 정서에서 그만큼 친숙하고 실용적이었다
감을 작년에는 열접을 직점 깎으며 곶감을 만들어 보았던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 전통문화와 전통 정서를 제험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는 부가적으로 감식초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도 새로운 전통 체험의 욕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