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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2021 원단의 묵상

제야의 종소리는 시간이 해라는 강을 건너가는 소리입니다
이런 멋스러운 표현을 하고는 빙그레 웃지요
실은 시간이 무언지를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 봐도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시간이 물처럼 흐르는 것인지, 집적된 과거의 공간적 깊이를 말하는 것인지, 의미있는 지속을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신비의 휘장으로 감싸고 맙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각오를 다지는 이 순간에 나는 조용히 묵상하며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아! 그렇죠
삶의 한복판에서 제 삶을 응시하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새 해를 맞으러 이른 새벽에 동쪽으로 떠나는 일도 언젠가부터 멈추었지요
연하장을 보내던 정성스런 마음도 멈춘지 오래 전의 일이랍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도안한 그림과 글을 편리하게 폰에 실어보내곤 하지만 싱거운 일 같아지네요

해맞이를 하고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일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하려는 가상한 노력인 셈이지요

시간을 일정한 공간처럼 분할하고 저장을 해서 객관화 시켜보는 것이지요
그게 죽음의 한계상황에 부딪힌 사람의 지헤이자 신앙심일테니까요

참 편리한 발상이지요
시간을 마치 대나무 마디처럼 매듭을 지어 관리한다는 것이.......
알 수 없는 신비의 세계에서 외경스러운 회의와 고뇌보다는 누구나 공감하는 개념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새 해라고 여기며 의미를 부여하는 원단입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의 여명의 시간입니다
새 희망으로 설레는 시간입니다
함께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복을 비는 마음입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2021 원단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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