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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신축년 단상

어린 시절 소의 고삐를 잡고 희열을 맛본 적이 있었다
우리집 배냇소였는데 우람한 덩치로 내게 순종하는 게 너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좁은 들길에서 내 뒤를 따라오며 껌벅거리는

왕눈에 고인 슬픈 운명과 깊은 신뢰가 생기던 기억이 새롭다

신축년 소의 해라는 상징 체계를 사유해 본다
우리 민족 누구나 공감하는 재미있는 신화요, 철학의 배경에서 나온 60 간지 사상이다

문화적 전통과 습속으로 계승되어 아직도 민족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원시사회의 동물을 숭배하던 토템사상이 민속문화와 습속으로 오랜 세월동안 끈끈히 존속해 온다

올해는 소의 해라는 것이 친근하고 흥미를 일으킨다
소띠라는 상징과 상상,비유는 민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소가 지닌 덕성을 본받자는데 합리성 여부를 따지며 딴지를 걸지  않는다
소의 온순함, 근면함, 우직함 그리고 인내심을 찬양하며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넘어선 종의 융합인 것이다
12지신상이 동물의 두상과 사람의 몸통의 합체라는 점은 더욱 그런 의미를 보여준다

신축년이라는 이 짧은 이름에는 깊고 유구한 사상이 함축되어 있어 묘미를 준다
10간은 무한한 하늘을 십진법으로 설정한 것이다
1은 많다는 의미이고 거기에 0이라는 무한을 합친 것이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는 천간 즉 하늘의 10간이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어야 하는 법이려니 바로 지신인 것이다
자축인묘지사오미신유술해 라는 지지 즉 땅의 열두 동물로 분류한다
그런 후에 하늘의 10간과 땅의 12지가 합쳐서 60년간 돌아가면

다시 갑자년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작년이 경자년이었으니 올해는 10간의 경 다음인 신이요

지지는 자 다음에 오는 축이니 신축년인 것이다

내년은 임인년이 된다

신축년 새해가 밝아온다
올해는 모두들 소처럼 뚜벅뚜벅 걸으며 생에 충실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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