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목수 한 사람이 나무 토막 한 개를 살펴본다
흠~어디 보자
지저분하고 울퉁불퉁한 네 꼴은 잠깐의 수고로 탈피할 수 있지
사람들은 현재의 몰골을 보지만 나는 다르지
내 손에 성형된 네 미래의 가능성, 잠재성을 제일로 여기지
네 속살의 강도와 아름다운 결과 색깔이지
자~슬슬 시작해 보자구나
나무 토막이 선반에 단단히 물리며 중심축이 결정된다
자~이제 돌아간다
눈 따악 감고 어지러워도 견디라구
내 칼날이 전후좌우를 뭉개어 사방의 차이를 없애 버리지
뭐랄까? 그래 원융의 이상인 것이지
사방의 격차가 해소되어 대동을 지향하는 것이지
그 세계에서는 전후좌우란 존재하지 않지 완전한 대칭이지
중심, 중앙이 있을 뿐이지
변방이나 모서리가 없으니 차별도 차이도 소외도 없지
어지러워도 참고 견뎌야지
네 살점을 내줘야 해
예리한 날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살점을 깎아내는 희생을 치르면 꿈이 실현될 수 있지
예리한 날로 윤곽을 잡으면 다시 피부를 매끈하게 하는 과정이 있지
피부의 미세한 균열이나 작은 숨구멍의 홀을 부드러운 분말이 메꾸게 되지
그런 연후에 미인의 화장처럼 천연 기름 몇 방울로도 생동하는 안색과 기운을 갖게 되지
손가락 끝으로 여기를 닿을듯말듯 스쳐보라구
아기의 피부처럼 부드럽지 않은가?
미인의 볼처럼 아름다운 선과 화사한 모습에 뺨을 맞대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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