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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도로를 걸으며

길을 걷다가 도로의 좌우를 본다
그러라고 양 눈이 있는 것이다
오른쪽은 양지바른 산이다
왼쪽은 하천이 흐르는 음지의 산이다

왼쪽 산의 응달져 어두운 골짜기에 하얗게 얼음이 얼어있다
움푹 패인 골짜기 안에도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던 물이 몸이 뻣뻣해져서 얼어붙어 있다

빛과 그림자가, 볕과 그늘이, 밝음과 어둠이, 따뜻함과 추위가 서로 대비되며 함께 공존한다

나는 그 사이를 걸으며 양쪽을 두루 살핀다
살피며 생각하는 뇌에도 좌우가 있어 생각을 달리하니 의문과 놀라움이 생긴다
가는 길에는 왼쪽에 있던 것이 오는 길에는 오른쪽에 있다
가던 길을 돌아서 오는 일이나 좌우가 바뀌는 일이 당연하지만 그 당연함을 새롭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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