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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바람부는 날

눈보라 휘몰아치는 음산한 날이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바람이 소란과 난동의 앞잡이다
분설이 방향을 잃고 흩날리며 허공에 날린다
바람은 가벼운 것들과 떠도는 것들을 선동하여 휩쓸리게 하다가 아무데나 내동댕이치며 휑하니 떠난다
붙박은 것이라고 동요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가지 많은 소나무의 소맷자락이 너풀거리고 간이 지붕의 함석이 몸을 떤다

이런 날에는 왠지 쓸쓸하고 심란하고 우울해진다
지나간 날들의 시답지 못한 아쉬움이 스멀스멀 살아난다
소원해진 인간관계가 내 탓으로 여겨진다
삶이 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우울감에 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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