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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소 싸움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오래 본다
황소의 당당한 기세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판자에 새기면서 까지 그림을 감상한다

그러다 소싸움에 까지 사유가 확장된다
코뚜레에 꿰어져 아이의 고삐줄에도 거역하는 일이 없이 온순하기만 한 소다
쟁기를 끌며 큰 눈을 껌뻑 거리며 집안 일을 돕던 소를 예전에는 확대된 가족이나 식솔처럼 여기곤 했다
어린 시절 마을의 친구들은 소꼴을 베어와서 쇠죽을 끓이는 일과 산에 방목하고 해질 녘에 데려오는 일로 밥값을 톡톡히 했다
소는 농가의 노동력이요 동반자요 살림 밑천이었다

그런 순하디 순한 소도 서로 다툴 때가 있다 황소는 수컷의 본능적 패권 의식을 가지나보다
황소끼리 서로 노려보다가 분기탱천하여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머리를 맞대고 뿔로 공격하머 육중한 몸으로 밀어붇인다
밀리지 않으려 분투하는 장면을 보면 온순함 이면에 있는 뚝심이랄까 황소 고집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소싸움이 민속놀이로 발전하고 근래에는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굳이 그런 전통을 폄훼할 생각은 아니지만 소싸움을 나는 반대한다
소싸움을 붙이는 행위는 인간의 이기적 쾌락 충족일 뿐이다 소가 원하는 일이 아니며 학대하는 일에 다름 아닌 것이다
사람끼리 링에서 싸우는 것은 자유의사에 따르는 것이라 반대할 수 없지만 소싸움은 인간의 오락에 소가 희생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소의 본능적 기질을 이용하여 싸움을 붙이는 행태는 야만이며 민속이란 명분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럽다

주인은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소를 조련 시키며 스태미너를 강화하려고 좋은 먹이를 제공하지만 그건 자신의 야망을 위한 것이다
소싸움에서 명성을 날리는 일이 소에게 무슨 영광이 되겠는가? 그건 순전히 소유주의 것일 뿐이다
소가 원하는 건 스스로의 본성을 누리며 고통받지 않는 것이다 소는 소답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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