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으름


주택의 울타리에서 으름 몇 개를 따온다
그냥 꽃과 향기가 좋아 심어두고 보라색 꽃이 철망 울타리에 올망졸망 핀 모습을 즐기던 덩굴이다
올해 처음으로 딴 것이라 기쁨이 크다

으름 두꺼운 껍질이 떠억 벌어져 흰 과육이 탐스럽다
귀한 과실인데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어 호감 가득히 맛을 본다

으름은 씨가 많다
씨를 입 안에서 오물조물거리며 가려내고 나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과육은 적다
당도가 그리 높지도 않다
배어나오는 엷은 미소……
하하 이러니 바나나에 적수가 못되지

자잘하고 새까만 씨가 이리도 많은 걸 보면 으름은 제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사람의 기호에 맞추기보다는 제 고유한 특성을 고수하는 고집쟁이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를 캐다가  (0) 2021.10.16
그들은 모른다  (0) 2021.09.24
꽃무릇 피어나고  (0) 2021.09.17
가을 장마의 끝  (0) 2021.09.08
두꺼비  (0) 202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