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느티나무 뿌리를 손질하며


3년을 묵힌 느티나무 뿌리를 손질한다
박힌 돌을 캐내고 품은 흙을 떼내고 잔뿌리를 잘라낸다
시작할 때는 엄두가 나지 않지만 차츰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다듬어져간다
특별한 연장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긴 드리이버와 손톱, 곡괭이와 망치 뿐이다
이런 작업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끈기와 작업과정을 즐기는 유희가 중요한 것이다

하루 종일 후비고 자르고 파내는 단조롭고 지루한 일이 놀이가 되면 재미가 생겨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박힌 돌멩이 하나가 빠질 때에도 희열감이 따른다 연장과 완력과 기술이 빚어내는 작업의 작은 성과와 성취감을 맛본다
시간은 많고 어떻게 만들어도 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주체적 놀이라 더욱 즐겁다

나무 뿌리 공예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작업능률을 높이는 공구를 개발하고 노하우를 발휘하여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술자들에 비하면 내 작업은 원시적이고 소박한 자연인들의 방식이다

'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뜨락 카페에 선물하며  (0) 2022.02.07
망치질 사이  (0) 2021.11.28
문패  (0) 2021.11.12
도마를 만들며  (0) 2021.09.09
옹이의 미  (0)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