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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두번째 느티 뿌리 다듬기



이번 겨울의 두번 째 느티 뿌리 작업을 한다
3년을 야외에서 비를 맞아 삭은 부분이 더러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성한 나무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갈라지고 썩어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예쁘게 다듬어서 야외에 두고 수석이나 화분을 올려놓고 싶다

내가 이런 뿌리를 다루는 방식은 간단한 공구로 많은 시간을 들여 자연적 형태를 가급적 살리려고 한다
뿌리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보면 답답하게 여길 일이지만 나는 이런 방식을 좋아한다
오늘 작업은 긴 드라이브와 야스리와 망치와 손톱 뿐이다
시끄러운 엔진톱으로 잠깐이면 끝낼 일을 손톱으로 하면 심장이 더 뛰고 인내력이 길러지며 만족도가 높아진다

생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능률을 우선하고 타인의 취향을 우선해야 하지만 나는 시장이라는 트랙에서 자유로우므로 노동의 주는 내면적 기쁨을 우선한다

좁은 틈에 낀 흙덩이나 돌을 긴 드라이브로 제거하고 거친 표면을 야스리로 다듬으며 조금씩 조금씩 작업이 진행된다
힘이 들거나 지루하면 쉬면 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사람도 없고 잘 만들어 팔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나는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향유하며 즐겁다
소외되지 않는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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