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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고독할 때

내가 고독할 때 나는 가장 고독하지 않다
<키에르케고르>

외인출입금지라고 써놓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방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누구의 방해도 충돌도 없는 세파의 은신처이자 무한 자유와 자존의 영역
내 영혼이 휴식하고 치유받고 단련하고 성장하기 위해 고독의 방에 든다

그러나 오래 머물러 있기에는 쓸쓸하고 허전하고  그 방을 빠져 나온다
때로는 세류의 흐름을 따라 여럿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곧 나는 본류에서 갈라져나온 지류를 따라 흐르다가 종내 작은 섬 하나 되고만다
잡담과 수다가 오가는 들뜨고 유쾌한 분위기는 잠시, 서로의 간격과 차이를 관대한 포용으로 감싸기에는 너무 틈이 벌어져 있다
친근함이나 신뢰가 결여되어서가 아니다
서 있는 바탕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하늘에 뜬 무수한 별들이 별빛이 얼핏 닮은 것 같지만, 모래알처럼 촘촘한 거인 것 같지만 실은 무한대의 거리란다

아! 나는 군중들 속에서 더욱 고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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