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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연하장 수다

사춘기 무렵에는 성탄절이 큰 축복이었다  중학교 등교길 연도에 있는 문방구에서 틀어주는 캐롤과 크리스마스 카드와 털실로 짠 모자와 장갑들이 선망의 눈으로 설렘에 부풀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미술 시간에 카드를 만드는 체험의 시간을 소환한다
재료만 구입하고 자기 솜씨대로 완성해서 보내는 것인데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누린 독특한 체험을 잊지 못한다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예쁘게 꾸미고 글귀를 만들어 정성을 다해서 썼다 잘 만든 친구의 카드를 부러워 하기도 했다
카드를 누구에게 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카드야말로 내가 보낸 최고의 선물이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나고.......
오늘 아침에도 여러 장의 연하장을 주고 받는다 어떤 카드를 만들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간편하게 보낸다 물론 우체국에도 가지 않았다 돈 한 푼 들지 않고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와 이모티콘이라는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손수 그리고 만든 그림 카드와 문자 텍스트의 시대가 가고 디지털 영상이 대체하는 기술 혁명이 수십 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방금 카드 하나가 오고 흘낏 확인한 다음에 금방 나도 즉시 답례를 한다
내가 직접 쓰지도 않고 만들지도 않은 기술적 영상이다

피상성 예찬이란 말에 공감하며 빙그레 웃으며 상투적인 새해 인사를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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