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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먹감무늬

먹이 배어드는 중인 감나무 한 조각에 글을 새겨본다
오늘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감나무라는 소재로 한담을 하고 싶다

먹물이 잘 배고 가장자리가 삭아 윗쪽에 간신히 붙어있던 판자 한 조각이 작업 중에 떨어져 아쉽다


그 조각을 나중에 붙여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동감을 표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나는 완성이니 완결, 완료보다는 거기에 도달하기 이전의 과정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미 종결된 것에는 어떤 추수적인 것이 개입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완 상태로 남겨.두기를 좋아한다

그런 습성으로 십년 전에 쓴 글을 고치기도 하고 오래 전에 만든 목공 작품을 보수 차원이 아닌 다른 작품으로 바꾸기도 한다
단호하고 단도직입적인 판단과 결정이 힘드는데 그건 무모함이라고 여겨진다

그건 그렇고.....

글을 새긴 감나무 표면에 검은 얼룩으로 깔끔하지 않다
노인의 얼굴처럼 주름살과 흉터, 검버섯, 주근깨가 곳곳에 있다

나무도 늙고 병들고 죽어간다
이 감나무는 아마 늙고 아픈 상태로 누웠을 것이다
그 흔적이 드러난다
나는 이 부분을 더욱 부각 시키고 싶은 게 감나무의 생얼이기 때문이다

소목장들이 탐내는 멋스러운 문양은 아니지만 '이렇게 먹믈이 들며 삭아가는 중이지요'라고 감나무의 말을 대신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윗쪽의 시커먼 부분을 공구로 말끔히 처리하지 않고 자연적 먹물로 물든 원래 상태로 둔다
다만 양각을 표현하기 위해 바탕을 파내고 인공 먹물을 넣었다 지연적 먹물과 인공 먹물로 된 검은색과 대비되는 흰색은 인공물감이다

먹감나무를 제재하는 동영상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톱날이 몸통을 가로지르며 무늬가 나타날 때의 기대감 때문이다
마치 가마 속에서 도자기가 구워지며 예상하지 못했던 빛깔을 내는 것처럼 일정한 형태나 무늬가 아니라 독특한 무늬를 그리는 자연의 신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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