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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톤유쿡의 비석

돌궐 유적지의 비석에 새겨진 글이 천년의 시간을 건너 새로운 울림이 된다
톤유쿡이라는 돌궐의 지도자가 후세에 남긴 교훈인데 내 나름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성은 방어를 위한 기지다
한족의 만리장성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축조한 성이다
인류의 불가사의라고 할만큼 경이로운 유적이다

돌궐족은 대륙의 북방에서 거칠고 황량한 기후와 땅이라는 악조건에서 새로운 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이다
유목민과 정주민과의 조우와 갈등과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정주민(정착민)들은 농경이나 어로를 바탕으로 일정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안정된생활을 하는 붙박이들이다
그들은 기존의 익숙한 사람,사물, 체제를 수용하며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재산을 모으고 좋은 집을 지으며 문화를 발전 시켜나간다
이런 정주민들에게 떠돌이들은 골칫거리이자 불량하고 위협적인 존재였다
더구나 강성한 힘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무력 침략으로 재산과 여성들을 약탈하고 살상하는 전쟁은 도처에서 끊이지 않은 인류의 역사였다

대륙의 북방은 농경에 적합치 않은 기후와 토질 등으로 유목을 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정주민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다
유목민들은 거친 환경과 끝없는 이동에 적응하기 위해 낯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강인하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발전되었다
노마드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야생동물들이 새 초지와 물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것처럼 가족들과 가축들과 모든 살림을 싣고 끝없는 유랑생활을 해야 한다

붙박이 정주민과 떠돌이 유목민의 이원적 요소 간의 대립과 충돌이 인류의 전쟁 역사의 한 동인이었다

정주민들은 노마드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으로 성을 쌓아 방어를 했다


톤유쿡은 길을 내라고 말한다
톤유쿡의 비석은 유목민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함축되어 있다
투르크족의 미래 역사를 관통하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정착하여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내어 운명을 개척하라고 한다
성은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고 안주의 상징이며 새 길을 찾아 도전하고 개척하며 민족의 생명을 이어가라는 예언적 사명을 돌에 새겨 자손만대에 전하는 처절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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