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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할머니 헬스 회원

헬스장 봉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색다른 만남이 있다
83세의 할머니 한 분이 회원으로 등록하여 한 달 가까이 꾸준히 운동을 하신다
젊은 사람들이 흉을 볼까봐 조심스럽다는 말씨에 수줍음과 진심이 묻어난다
늙은 이가 주책스럽게 나서는 것이라며 부끄러운듯 몸을 낮추신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오히려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젊은이들이 보고 배운다고 덕담을 한다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사회일수록 익숙치 않은 문화에 배타적이고 소극적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생소한 기구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운동을 일상화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직접  체험하지 못한 일이라 관망하기 쉽다
농경에 종사하는 이들은 노동과 운동을 거의 동일시하거나 시간 여유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색다른 문화를 접해보지 않아서 꺼리고 어색해 한다

웰빙 라이프를 삶의 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요즘의 일반적 관점으로 보면 특별한 화젯거리가 아니지만 할머니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도회지도 아닌 오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헬스 머신을 사용하고,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는 일은 코페르니쿠스적 삶의 전환인 것이다

할머니는 붙임성도 좋아서 다른 회원들과 대화도 잘 하신다
사고가 유연하니 적응력이 좋다 여기에 거주하는 노인들 또래에 비하면 놀라울만큼 낯선 문화를 저항없이 수용하며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만들어 간다

할머니께서 오래 오래 운동을 하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화이팅! 하며 하이 파이브하고 싶다

(할머니에게 운동하는 모습을 한 컷 부탁하니 끝내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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