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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심재 (心齋)- 마음 비우기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샘물을 바가지로 아무리 퍼내도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것처럼 소용없는 일이기도 하다
근원에서 솟아오르는 샘은 무한 욕망이 담기는 마음의 그릇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욕망 자체를 차단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에 속하는 것이라 욕망의 폐기는 샘을 없애라는 것과 같다

다만 샘을 맑게 정화하라는 것인데 이를 유가에서는 심재라 한다
마음을 재계(齋戒)하라는 것인데 아스라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마을의 동제를 지내기 위해 삿갓을 쓰고 다니며 부정한 것을 피하려 했던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어려서 선친께서는 기일이 되면 말수를 줄이며 근신하섰던 기억도 떠오른다

심재는 종교적 의식을 치르기 위해 심신을 가다듬고 정화하는 것이다 마음의 샘을 오염시키는 부정적인 요인들을 누르거나 차단하라는 것이다
부정한 것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니 부득이 외출을 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대인접촉을 위해 삿갓을 눌러썼던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마음이 고요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장자는 마음을 비우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도가 모이기 위해서는 텅 빈(虛) 기(氣)의 상태를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세속잡사에 요동치는 온갖 욕망들을 직시하면서 삼가고 절제하고 억누른 수양의 상태다

공자는 제자에게 귀로써 듣지말고 마음으로 들으며 더 나아가 기로 들어라고 한다
사람이 외부 대상과 접촉할 때 감각기관을 청소하고  나아가 타자의 마음을 읽어 부합해야 하며 허한 기로써 타자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재란 궁극적으로 허심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나와 외부 대상과의 경계가 없어지고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에 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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