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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하이퍼 월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 깜박이는 사이에
눈 앞에 펼쳐지는 판들
실제와 다름없는 모조의 실제
진짜와 가짜가 따로 없는 혼동의 세계, 혼재된 세계다

손오공이 털 한올을 뽑아 훅 불자 수많은 분신이 등장한 다는 이야기가 실현되었음을 보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손오공의 신기한 여의봉은 이미 현실이 되어 그의 몸과 목소리와 일거수일투주족이 한 순간에 수많은 점으로 분해되어 전송되는데 한 순간이다
가상과 실제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하이퍼 월드!
나는 하이퍼 월드의 시민이다
굳이 내 정체를 밝힐 필요도, 내 위치를 밝힐 필요도 없는 가면 무도장의 회원이 된다

무한한 자유를 누리며 거침없는 이동을 한다
노마디즘과 정착성의 양극은 무의미해진다
안방에서 재현되는 수많은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한다
가상 공간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직장을 구하고 오락을 즐기고 동료와 연인을 만난다
여행 중인 노마드가 안방의 가족들과 대화하고 애완동물을 살피기도 하며 양자의 특수성이 희석되고 사라진다
이동과 정지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안의 둘인 것이며 상호 공존 공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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