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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지게

뒷뜰에 놓인 지게 하나
어름 덩굴이 감고 오르는 것만 봐도 사용한지 오래 되었다는 것인데.......

사용가치를 잃고 농경에 관한 내 사유를 자극하는 조경용품이 되었다

구조는 단순하다 나무의 줄기에서 분기한 가지의 두 구조물을 결합시킨  A자 프레임이다
수송 수단이 발달한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육체를 혹사하는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또는 전근대적 농경의 유물 정도로 볼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어 볼 때 선인들의 집단 사고와 경험이 집약된 유물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지게의 이 구조는 매우 육화된 도구라는 점을 주목한다
몸의 구조에 맞게 만든 도구인데 오랜 관행의 역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사용되고 효율을 민간들이 입증한 유물의 모조품이다
양 어깨에 걸치는 멜빵, 등에 부착하는 등넓이의 등판, 양팔로 등뒤의 물건을 감쌀 수 있는 두 갈래의 거치대, 짐을 지고 일어서거나 내려놓을 때 다리 역할을 하는 밑이 넓어 안정적 구조인 두 갈래의 다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나는 농사를 짓던 부모님 일손을 거드는 정도로  지게질을 해보았다
지게에 땔감이나 가마니 곡식을 얹고 땅에 무릎 한쪽을 꿇고 한 쪽은 세워서 작대기로 무게 중심을  배분하며 일어설 때의 느낌이라던가 앞으로 약간 숙이며 걸을 때 전신에 얹히는 중량감, 그리고 종착지에서 짐을 내려놓을 때의 해방감 을 몸으로 체험해 보았다

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지게는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고 변형이 없는 시장 출신이다 가격도 싸고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지게는 나무의 가지와 짚으로 등판이나 멜빵을 만들었던 전통 지게에 비해 원본의 아우라가 많이 부족하다
또한 이 지게에는 실전에 투입된 땀과 역사가 없는 모조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지게를 볼 때마다 농경의 역사와 참다움과 농부의 땀을 반추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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