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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좌망에 들 날은 멀고

영산홍이 허물어진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붉은 잎이 녹아내리듯 꽃이 진다 한 시절의 영화가 끝난다
봉우리가 벌어지며 꽃잎을 피워내던 날과 허물어 내리는 날 사이에 보름이 지난다

고요히 앉아 영산홍을 바라보며 마음에 일었던 환희는 건듯 바람결에 이는 마음의 파문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피고 지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불과 그 며칠 사이의 피고 지는 일은 허무가 꾼 꿈에 불과했구나
나중에, 한참 지난 나중에 꽃이 어디에 있으며 그걸 바라보던 내가 어디에 있으랴

참된 실재가 아니고 궁극적인 것은 오로지 하나인 것을......
붉은 꽃, 초록 잎도 그러한 것을

연못가에 앉아 바라보는 나와 울긋불긋한 너도 그러한 것을

영화와 폐허가 하나 안에 있거늘 희비가 교차함은 무슨 까닭인지.......

아직도 멀었구나
좌망에 들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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