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한 친구의 제안 하나가 나를 흥분 시킨다
함양 백무동 코스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원점으로 하산하는 당일치기 등산을 하자는 것이다
작년에 한양도성을 2박3일동안 순성하던 친구다
친구 둘은 부산에 거주하는데 백두대간을 여러 번 종주한 노련하고 열정적인 산악인이다
삼십대 중반에 동료 직원들과 함께 천왕봉을 오른 후 두번째라 마음이 설레인다
그 때의 아스라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최고로 더운 날씨에 천왕봉에서 1박을 하겠다며 젊은 혈기로 식수15l를 교대로 짊어지고 등반을 했는데 텐트를 칠 수 없어 허탈해 한 기억이다
디데이가 열흘 정도 남았는데 당일치기로 가자면 강인한 체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한라산보다 50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지리산 정상은 결코 만만히 여겨서는 안된다
출발지점에 따라 오히려 한라산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친구는 8시간 코스라며 대수롭지 않은듯 호기를 부리지만 나는 등산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좀 걱정도 된다
딱 열흘 남았는데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등반에 대비한 헬스운동으로 바꾼다
런닝머신을 이용해 평소의 25분 파워워킹을 워킹 속도는 낮추고 경사도를 높이며 한 시간 반 동안 워킹만 하는데 매일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려고 한다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도록 운동을 하는 튼튼한 다리통은 자부심이고 도전하는 용기다
잠시 쉬며 땀을 닦을 때, 이 코스를 등반한 몇몇 등정기를 읽어보기도 한다

천왕봉 등정을 하나의 기념할만한 사건으로 만들고 싶은 내 욕망은 강렬하고 멋지다
내 삶에 새로운 생성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벤트이자 기회인 것이다
그냥 스쳐가는 1회성 등산이 아니다
천왕봉이 내 삶의 배치나 배열에 변화를 일으킨다 느닷없는 지리산 등반이 내 욕망, 정서, 의지를 툭 치며 깨운다 우연이 초래할 긍정적 변화는 아직 잠재되어 있지만 어느 때에 현행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기회를 통해 사고가 확장되고 새로운 경험의 촉매가 되고 그만큼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