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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새로운 삶의 배치

16년 전을 돌아보면 내 인생의 큰 주름 하나가 접혔다
반평생의 직장을 미련없이 그만두고 나왔다

가만히 당시를 회고해 보면
당시의 현재적 삶에서 뛰쳐나오고 싶었다 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만 보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달라진 교단, 추락하는 교권에 깊은 회의와 의문을 가졌었다
그저 월급쟁이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현실 인식보다 더 중요한 동기는 새롭게 살아갈 날들에 대한 설렘이었다
이미 몇 년 전에 부지를 매입해 놓고 목공도 접하면서 이상을 차근차근 현실화하였다
자유, 주체, 실존 등의 개념이 내 삶을 추동하는 정신적 힘이었다

50대 중반 명퇴 당시 동료 선생님들이 마련해 준 회식 자리에서 내 인사는 단 한 마디의 말이었다
"작은 새 한 마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포르르 날아가네"라며 고승의 화두 같은 화법을 차용하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들뢰즈의 철학이 배어있었다
당시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철학자를........

나는 늘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관심을 미래에 두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영역에서 탈주하고픈 욕망이 강했다
새로운 것들과 접하고 싶었다
요샛 말로 하면 노마디즘에 대한 이끌림이었다
위계적이고 중심적이고 성층화된 기존의 구조나 질서에서 벗어나려 했던 리좀적 사유였다
삶을 새롭게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다

들뢰즈 철학을 접하고 보니 아장스망에 대한 욕구였던 것이고 그것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고 차이와 반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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