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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장마라는데

장마철에 접어들고 어젯 밤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지 않는다
비닐 돔에서 빗방울이 낙하하는 소리를 들으며 한가로이 앉아 있다
당분간은 물의 기운이 강성하고 불의 기운이 퇴조하게 될 것이다
태양을 가린 구름들이 무더기로 세력을 만들어 태양에 저항을 한다
밝고 뜨겁고 맹렬한 기운과 어둡고 차고 온유한 기세들이 대치하다가 한 쪽으로 기운다
하늘은 구름의 장막으로 태양을 가리고 빛은 위세에 눌려 힘을 잃고 어두워진다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생명수에 대지의 온갖 식물들은 제 세상인양  활개를 뻗으며  성장할 것이다
천지에 물이 내리고 흐르며 물의 나라가 펼쳐진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 목마른 뿌리들에게 생명수가 되니 만물의 어미다
게다가 하늘로 흐르기 위해 존재를 변신하여 상승하여 구름이 되고 다시 물로 화하니 신묘한 큰 덕이요 천지의 도다  
물이 성하다 하는 것은 지금의 시점에 한정된 것이지 오라 지속되지 않는 시한부 논리다


천지 만물은 조화와 균형 속에 운용되는 것이다
물의 고운이 며칠 후에는 쇠하고 불의 기운이 성해질 것이다
젖은 대지를 말리고 음습한 곰팡이를 일과으로 소독하고 연약한 채 무성히 자라는 나무의 줄기가 탄탄해지고 잎이 광채로 빛나며 큰 나무로 성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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