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님의 산산조각이란 시를 화두처럼 붙들고 있다
시인의 시는 동화처럼 단순 명쾌한 논리로 우리를 사유하게 한다
흙으로 만든 불상을 떨어트려 산산조각이 나서 접착제로 붙이려하니까 부처님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답을 준다 깨지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고 또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된다고 한다
이 시의 행간에 낙서를 한다
어제는 부처님이 좌대에서 낮잠을 즐기다 바닥으로 떨어져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
한 쪽 눈은 윙크하게 붙이고, 떨어진 머리는 뒤로 돌려 붙이고, 다리 하나는 베개로 삼아 벌러덩 눕게 한다
오른 팔과 왼다리를 바꾸어 붙인다
오늘은 절집을 나서 교회 구경도 가고 19금 영화 한 편도 볼 참이다
내가 부처님이 되어 빙그레 웃는다
부처님처럼 참된 지혜로 자기 완성을 위해서는 실존의 위기의 순간들을 만나고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나를 아무런 문제 의식이나 위기감 없이 받아들이는 안일함은 자기 성장도 해탈도 없다
위기의 일부로 실존의 다양성이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 해체의 위기에 직면해야 한다
좌대에 앉아 있는 나태한 부처가 아니라 중생의 수많은 현실 상황에 공감하고 고뇌하며 고개를 돌리고 때로는 좌대에서 뛰어내리는 위기를 자초하는 부처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순간, 여기라는 현장의 좌대에 앉은 한 부처다 하루 하루 새로운 사건에 접속하며 변화하고 성장하며 부처가 되어야 한다
권위적이고 나태한 사람이 아니라 실존적 위기를 스스로 만들고 고뇌하며 성장하는 자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다보르스키라는 정신의학자의 긍정적 자기 해체라는 개념과 친숙해진다
영특한 사람들은 삶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해답을 찾으며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그래서 끝없는 자기 해체의 과정을 겪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화하는 것이다
자기 해체는 자기 동일성에 대한 도전이요 파괴다 자기동일성을 거부한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라 혼란과 동요로 내면적 고통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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