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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노각의 자화자찬

사람들은 늙었다고 서러움을 받기도 하지만 우린 늙어아 제대로 대접 받지요
어린 것들은  후리후리한 몸통에 진초록색으로 저희가 최고라며 엄지척을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가소롭지요
늙음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솔직히 못마땅하네요
다른 말도 많이 있을테데 하필 '늙을 노'자를 붙여서 노각이라니 좀 억울하네요
우리는 어린 오이보다 햇빛을 훨씬 많이 쬐고 바람을 맞고 견디고, 별빛에 젖으며 폭풍 성장하여 대장군 같은 풍채와 쫄깃쫄깃한 육질을 가지고 온갖 영양소를 품은 특장품이랍니다
늙어서 겉이 누렇게 변하고 살갗이 트서 잔주름이 수없이 많아야 진짜 노각으로 이정을 받지요

솜씨 좋은 아주머니의 손에서 다듬어져 잘 익은 장아찌나 무침나물의 사각거리는 식감은 알만한 사람만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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